보리달마는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했다고 한다. 이를 벽관(壁觀)이라 하는데 보리달마가 진리를 자각하는 구체적 실천법이다.

본래 벽관의 뜻은 벽과 같이 마음을 볼 것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명상 수행하면서도 그 수행에 얽매이지 않는 6도행을 닦을 것을 권하는 것이다….

토굴수행 후 참선수행의 일환으로 제주를 포함 전국을 누비며 불자들에게 무보시 달마도를 그려줘 온 법용 스님이 ‘달마 구년면벽 3285’를 세상에 내놨다. ‘3285’는 9년을 날수로 환산한 숫자.

1부 ‘달마를 찾아서’, 2부 ‘선화이야기’에 걸쳐 42꼭지의 이야기가 책에 실렸다.

이미 2006년 봄에 ‘21세기의 달마’를 펴낸 스님은 선수행이 동서양에서 새롭게 조명 받는 시점에서 달마대사의 생애와 어록을 되새기고 중국 주요선사의 행적을 살피는 일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이번 출간배경을 밝혔다.

책은 달마대사의 어록 전달과 해석에 초점을 맞춰 중국 선종역사에 대해선 약간의 일화만 다뤘을 뿐 본격 선사상은 조명하지 않았다는 첨언.

본문의 한 대목. 보리달마의 벽관안심(壁觀安心)법은 수행법으로 좌선을 강조하면서도 경전 가르침을 중시했다. 구절도 여럿 인용됐다.

“괴로움을 만났을 때 근심하지 마라.” “구하는 게 있는 한 고를 면할 수 없다. 구하는 게 없으면 그대로 즐겁다.” “법에 중생이 없는 건 중생이란 때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법에 자아가 없는 건 자아라는 때를 벗어난 탓이다.”….

책 말미엔 부록으로 용어해설이 실렸다. 스님은 독자들이 글을 읽어 근원적 주체성을 자각해 번뇌, 망상을 소멸하고 마음의 자유를 얻는데 도움이 되면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겠다고.

한편 한국달마선사상회장인 법용 스님은 달마 선양과 재소자 교화, 장애인 후원, 군부대 포교에 정진하며 도반들과 선종사도 연구 중이다.

스님은 새해 첫날 제주에서 달마도 수행을 이어나갈 계획. 오는 1월 1일 성산일출제 때 그의 초대형 달마도퍼포먼스가 기획되고 있다.

도서출판 국부카르마 刊. 문의 010-5270-0981.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