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일자리 구하느라 아우성입니다. 직장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다 보니 자나 깨나 일자리 걱정이지요. 그런데 자꾸 위만 쳐다보니 일자리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닙니까. 눈높이를 낮춰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종에도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되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다 이뤄놓은 데 가서 꼬리할 생각보다는 좀 인기 없는 곳에 가서 내가 주인의식을 갖고 그 직장을 최고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인기 없더라도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려는 노력 필요


기다림의 희망 전파 위해 365m짜리 대형 달마도 준비


10년째 '무보시 달마도 그려주기'를 수행 방편으로 삼고 있는 부산 동구 수정동 달마원(051-441-0981)의 원장 법용(法龍) 스님의 눈에 비친 요즘 세태다. 달마도 한 장에 희망을 걸고 찾아오는 이들을 만나 인생사 간난신고를 듣고 난 후 '무보시 달마도'를 벌써 12만 장이나 그려준 스님은 일자리 걱정, 결혼 걱정, 부동산 매매 걱정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걱정거리라고 소개했다.


"일류나 메이커만 생각하면 몇 년을 기다려도 직장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창업자 정신을 갖고 1등 회사를 만들겠다는 정신과 의지가 중요하지요. 일회용 컵라면 먹듯 별 노력 없이 세월 보낼 수 있는 직장을 구하려 하는 세태입니다. 남이 스케이트 선수 해서 금메달 따니 자신이 축구 선수인지, 야구 선수인지, 육상 선수인지도 모르고 따라가는 격입니다. 일에 막힘이 있으면 피해서 돌아가지 말고 스스로 장애물 선수가 되어 뛰어넘어야지요."


요즘 일반인들의 최대 화두가 직장 구하는 일이라고 진단한 법용 스님은 직장 걱정이 자연스럽게 결혼 걱정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남자 쪽에서도 여자의 직업을 묻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따라서 여자들도 직장 구하는 일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요. 취직을 한 뒤 결혼을 생각하다보니 혼인 적령기를 넘긴 미혼남녀들이 많아졌습니다. 여자들도 노후에 보험 들듯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남자를 찾으려 하고요. 2세 문제도 있고 하니 결혼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부동산 매매 걱정은 다소 의외였지만 일자리, 결혼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취직하고 결혼해서 이곳저곳 돈을 빌려 집을 장만했는데, 남편이 명퇴 당하고, 아들마저 취직이 안되다 보니 빌린 돈 이자 갚고 생활비라도 마련하가 위해 집을 줄이려고 부동산을 내놓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중국 선종을 창시한 달마(達磨, Bodhidharma, ?~528?)를 그린 달마도는 용기와 희망을 위한 기다림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법용 스님의 설명이다. "인도에서 동쪽으로 온 달마대사께서 소림사에 닿아 9년간 면벽좌선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희망의 기다림을 달마도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고난의 시대를 견뎌낸 달마대사를 닮으려 노력하고, 또한 달마도를 향해 절을 하면서 내공을 길러 힘과 용기를 길어야지요."


법용 스님은 달마도를 통한 기다림의 희망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올해 다중이 참여하는 대형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달마도를 만드려는 서원을 세운 것이다. 그 달마도는 길이가 365m에 달하는데, 365명의 중생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리고 1등이나 큰 것만 기억하는 세태에 대한 경책으로 2~3명 만이 들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절을 짓겠다는, 또 다른 기다림의 희망도 서원하고 있었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