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기사입력 2006-03-21 12:12 |최종수정2006-03-21 12:12


부산 지하철 1호선 장전동 역사 안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색 풍경이 연출된다.

사람들의 긴 행렬이다.

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은행 창구도 아닌데,번호표를 받기 위해서란다.

궁금증은 '달마도'에서 해소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장전동 역사 내 도서출판 국부카르마 사무실에 개설한 '무보시 달마도 그려주기'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제가 있는 절이 작아서인지 사람들이 오지 않아 달마도로 불자들을 직접 찾아나섰습니다.

불교는 실천 아닌가요. 지난 동안거 때부터 장전동역에서 시민들에게 달마도를 무료로 그려주면서 법문을 하고,수행도 겸하고 있습니다.

"경북 봉화군 불타암 주지 법용(法龍·51) 스님이 '무보시 달마도 그려주기'의 주인공이다.

한달의 절반을 장전동역에 머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하루 평균 180~200여명이 스님을 찾아온다.

벌써 1만5천여장을 그렸다.

새벽부터 기다리는 불자들이 때론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스님은 되레 희망(?)을 읽는다.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달마도를 찾지요. 집안이 잘 되고,건강하며,사업도 성취하고…. 희망을 갖고 오기에 달마도를 받고 나가면서도 더 큰 희망을 키울 수 있지요. 달마도를 그려주기 전에 인생 상담과 법문을 먼저 하는데,찾아오는 이의 처지와 희망에 맞춰 각기 다른 달마도를 그려주고 있습니다.

"스님은 5년 전부터 우연히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지가 딱한 이의 49재를 불타암에서 무료로 지냈는데,그 영가가 남긴 붓과 먹이 눈에 띄었다 한다.

폭설이 내리는 한 철을 문 걸고 나면서 창호지에다 그 붓과 먹으로 달마도를 그렸는데,그 그림을 받아간 이들이 '영험하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스님은 오는 7월까지 부산에서 '무보시 달마도 그려주기'에 나선다.

'무보시'라지만 한푼두푼 시주하고 가는 불자들이 적지 않아 오는 9월에는 그 기금으로 부산의 중증장애인 100명과 중국으로 문화탐방에 나서겠다는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스님은 희망을 갖기 위해 찾은 달마도가 더 큰 희망을 낳는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증거하고 있다.

051-583-9928. 임성원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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