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용 스님 첫 달마도 전시회

수익금은 소년소녀가장 돕기

"지난해에는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해 절에서 쌀을 모아 고교생과 대학생 등 4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습니다. 올해는 어려운 경기 탓인지 쌀이 모이지 않아 직접 그림을 내놓게 됐어요"라고 전시회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를 통해 판매된 수익금 전액은 학교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에서는 세속의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달마도 40점을 내놓았다. "하루에 한 점을 완성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애초 36점을 전시하려 했는데 전시 이전에 이미 매진되는 바람에 4점 더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달마도의 특징을 묻는 말에 "거칠면서 다듬지 않은 듯한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9년간 면벽 수행을 한 달마와 느낌이 닮은 것 같아요. 완성되지 않는 맛이랄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스님은 웃지도, 울지도 않는 고요한 달마의 모습에 경전이나 책에 나오는 좋은 글을 함께 써넣었다. '눈물로 씻어지지 않는 슬픔은 없듯이 눈물은 인생을 위로한다'는 글도 보이고, '잘 덮인 지붕에 비가 새지 않듯이 수행이 잘된 마음에는 욕망이 스며들 틈이 없다'는 법구경 구절도 있다.

그가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북 봉화의 불타암에서 40대에 자살한 한 젊은 영가(靈駕)를 위해 무료 천도재를 지내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붓과 먹이 나와 태우지 않고 보관하다 달마도를 그려 본 것이 인연이 됐다고 전했다. "손재주는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흙으로 조각해 대회도 나가고 상도 탄 적이 있었으니까요."

오랫동안 무보시로 그려준 것이 이제는 많이 알려져 직접 찾아와 달마도를 그려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많다. 무료로 달마도를 그려주는 이유를 묻자 스님은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 못 하고 절에 들어왔지요. 그래서 어려운 분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무료로 그려준 달마도가 힘이 돼 나중에 훌륭해지면 시주를 하든지, 아니면 어려운 이웃들을 돕든지, 그것으로 만족하지요"라고 했다.

스님은 지난해에는 틈틈이 전국의 재소자들을 찾아다니며 상담과 교화 활동을 펼쳐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로 '만행순례단'을 꾸려, 한 달에 한 번꼴로 신도들과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는 행사도 갖고 있다.

스님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스님이 뭐가 그리 하고 싶은 게 많으냐고 하겠지만, 달마도를 받아간 분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돈으로 경북 봉화에 약간의 땅을 사 두었어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고시원을 짓고, 대안학교도 설립하는 게 꿈이죠."


▶법용스님 달마도 선묵화전=31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내 갤러리 영광. 051-816-9500.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부산일보| 16면 | 입력시간: 2012-08-30 [09:57:15] | 수정시간: 2012-08-30 [14: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