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뻔한 작품으로 나누는 따뜻함

부산 사리암 법용스님, 선화·동양화·도예 등 희망주기 기증품 전시회

국제신문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2013-11-15 20:12:43 / 본지 14면

- 내달 3~12일 영광갤러리
- 수익금 전액 이웃돕기성금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있나요. 집안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서예나 도자라도 사용하기에 따라 이웃에 따뜻한 나눔을 주는 훌륭한

품이 될 수도 있어요." 무보시 달마도의 대가로 알려진 부산 사리암의 법용 스님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버려지는 서예와 그림, 도자 등이 작품으로 다시 생명을 얻어 출품된 것들이 많아 눈길이 간다.

연말연시를 맞아 희망의 불씨를 살리자는 취지로 열리는 '법용종근 스님 희망주기 선화, 동양화, 도예 및 기증품 전시회'는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영광도서 영광갤러리에서 마련된다.

법용 스님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의 가치는 작품성보다는 그곳에 담긴 각별한 정성과 온기가 더해져 더 커진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필요도 없고 그 의미를 따진다면 작품 가치는 무한대로 증폭된다는 뜻일 게다. 실제 전시회에는 일반 가정에서 오래 사용한 그릇이나 이삿짐 용달차를 모는 사람들이 그냥 버리는 서예와 도예 작품 등을 거둬 기증한 것들이 전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전시회 주최 측은 이들 기증 작품에 대해 서예나 그림의 성격에 맞게 일일이 포구를 하고, 도자와 도예 작품에도 빛이 더 나도록 다듬는 등 작품으로써 가치를 더 높이는 작업을 거쳤다. 그렇게 버려지는 것들이 좋은 의미로 거듭난 셈이다. 이와 함께 법용 스님이 직접 제작한 달마도 등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회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될 예정인 가운데 평소 지장 재일(매달 음력 18일)에 사리암을 찾아 법용 스님과 따뜻한 시간을 갖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베풂에도 사용된다. 석가의 위촉을 받아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의 베풂의 의미가 연말연시를 맞아 제대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법용 스님은 특히 "재능이 뛰어난데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할 뻔했던 한 여학생을 위해서도 수익금 일부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학생은 4년제 대학 진학을 못 하고 대신 서울에서 2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노래도 잘 부르고 성격도 밝아 장래도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어렵고 힘든 이웃은 매달 한 차례 사리암에서 희망을 나눈다. 법용 스님은 "70, 80대가 많은 이들 중 대부분은 희망이 없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사람들로 절이라고 찾아오니 서로 이야기하고 따뜻한 밥 한 끼를 하면서 재능 자랑을 하는 등 희망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희망 나누기는 3년여 전 1, 2명으로 시작됐다가 지금은 매달 300, 400명씩 몰려든다고 사찰 측은 전했다.

법용 스님은 "이들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힘들게 살면서 엄청난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며 "사연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인생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점에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버리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051)917-2005, 6 )